가리산자연휴양림
 
 
 
작성자 관리자 (admin) 등록일 2015.11.01 조회수 561
제목 여섯달 동안의 파견 예술가 활동을 마치며
여섯달 동안의 파견 예술가 활동을 마치며
최명숙
산이라는 곳은 그 자체로 충만한 곳입니다. 그래서 산에서 예술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한없이 겸허해지기만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인간이 어떤 짓을 해도 산이 가진 자체적인 성스러움을 훼손할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게, 혹은 비밀스럽게 아주 조심스러운 터치를 하고 싶었습니다. 정상을 향해서 쉼없이 돌진하는 이라면 눈에 띄지도 않을 그런 작업들, 혹 발걸음 멈추고 고개를 돌렸을 때 문득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조금은 다르게 숲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작업을 지향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과 정성을 투자했지만 남은 것은 별로 없습니다. 또 훼손될 가능성을 무방비 상태로 열어놓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훼손의 과정 또한 우리의 작업이 생명력을 지녔다는 증거로 보고 싶습니다. 박제된 작업이 아니었다는 거죠.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었다는 것, 누군가와 어떤 식으로든 소통하고 만났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쁨으로 삼고 싶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편지를 이어쓰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바람의 우체통은 결국 그 결과를 수수께끼로 남겨둔 채 떠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우편함 하나를 만들기 위해 손뜨개로 5시간씩 뜨는 미련한 짓을 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 손뜨개 편지 주머니가 산막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바랄 뿐입니다. 바람을 가질 뿐입니다. 감사했습니다. 우리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준 가리산의 자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