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산자연휴양림
 
 
 
작성자 관리자 (admin) 등록일 2015.11.01 조회수 601
제목 잠든별

아이는 영특했습니다. 초롱초롱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아이를 칭찬했고 부모는 아이를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아이가 말을 하게 되자마자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넌 무엇이 되고 싶으냐?”
“커서 무슨 일을 할래?”
“꿈이 무어냐?”
아이는 대답하지 못했고, 부모는 아이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으며 대답 없는 아이를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아이의 키가 크고 몸이 자랐습니다.
한 마을에 사는 어여쁜 소녀를 보자 가슴이 뛰었습니다. 둘은 손을 잡았고, 두 마리 사슴처럼 목과 목을, 가슴과 가슴을 맞대었습니다.
소녀가 물었습니다.
“넌 꿈이 뭐야?”
“너와 결혼하는 거.”
소녀는 좋아서 웃다가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커서 뭐가 될 거냐고.”
숱하게 받았던 물음에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던 아이는, 처음으로 그 물음에 대답을 해주고 싶어졌습니다.
“난 별이 될 거야.”
“별?”
“응. 여기가 타고 있거든.”
소년이 된 아이는 가슴에 손을 대며 눈을 감았습니다. 소녀는 더 이상 묻지 못했지만, 재능과 기량이 뛰어나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들을 ‘별’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곧 마을 사람들 모두는 소년이 세상의 ‘별’이 될 거라고 떠들어댔습니다. 부모는 소년을 불러 물었습니다.
“아무렴. 별이 되어야지. 그런데, 어떤 별이 되고 싶으냐?”
소년은 다시 가슴에 손을 대며 눈을 감았습니다. 부모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잠자는 별이 될 거예요.”
부모는 흥분했고 소년은 어리둥절했으며, 부모는 닦달을 했지만 소년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날부터 부모는 소년을 데리고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의사, 교수, 학자, 상담사, 예술가, 정치가, 목사, 신부, 스님 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묻고 얘기하고 답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소년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잠자는 별이 될 거예요.”
소녀는 마을에서 소년과 마주치자 늑대를 본 사슴처럼 훌쩍 달아났습니다.
부모는 소년을 데리고 산을 올랐습니다.
“깨어있어야 한다. 잠들어 있어서는 안 된다. 산꼭대기에 올라보자. 정상에 오른다는 게 어떤 건지 가르쳐주마.”
소년은 산길의 돌멩이를 어루만지느라 걸음이 느렸습니다. 부모는 소년의 손을 강하게 이끌었습니다.
“아래를 보지 말고 위를 보아라. 왜 자꾸 돌을 보느냐?”
“이 돌들이 모두 별 같아요. 잠든 별 같아요.”
“그렇지 않다. 돌은 땅에 있지만 별은 하늘에 있다. 그리고 별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
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소년은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숨이 차요. 가슴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요. 그만 오르고 싶어요.”
“안 된다. 목표를 정했으면 끝까지 가야 한다. 별이란 꿈이다. 별이 되려면 높이 올라야 한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어야 한다.”
소년과 부모는 마침내 산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짙푸른 하늘에 별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보아라. 아름답지? 꿈을 이룬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
소년은 빛나는 별들 속에서 말했습니다.
“꿈을 꾸려면 잠을 자야 하잖아요.”
별들은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무게로 인해 안으로, 안으로 끌어당기는 중력과, 원자핵들의 반응으로 생겨난 빛과 열로 밖으로,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고요한 균형을 이루며 멈춰있었습니다. 어떤 꿈을 꾸는지는 몰라도 그들은 잠들어 있었습니다.
소녀를 곁에 두었을 때, 소년도 그랬습니다. 온전히 갖고 싶었고, 온전히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잠든 별이 되고 싶었습니다.
“눕고 싶어요.”
소년은 별빛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부모는 소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들을 잃고 산길을 내려오는 어둠 속, 아들이 어루만지던 돌들이 별빛을 따라 구르고 있었습니다.
잠들기 위해.
별들의 고요를 따라 잠들기 위해, 나란히 눕고 있었습니다.